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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6- 7. 2

*해당기간 동안 비하이브 내에서는 전시가 진행되며, 매주 토요일마다 인근지역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됩니다.

갤러리, 카페, 비하이브의 정의는 디자인의 범주에서 어떻게 해석될까?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온 백병환은 공간의 이미지와 디자인의 관계에 의문을 전시와 퍼포먼스로 진행한다. 우선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되는 ‘찌라시’, 눈에 띄기 위해 몸부림치는 디자인의 요소들로 가득한 홍보물에 갤러리나 카페의 홍보를 적용해 본다. 디자인 된 전단지들은 매주 토요일 인근지역에 실제로 배포된다. 배포된 전단지에는 사은품인 아이폰 비누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이 인쇄되어 있다. 특정한 형태로 디자인된 비누는 비하이브의 소비자들에 의해 사용되는데, 사용자는 디자인을 상실하는 무형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디자인이 너무 고상하네요. 여기선 이렇게 하면 보이지도 않아요.” 안산에서 운영하는 미술교습소 개업 홍보를 위해 간판 대신 현수막을 제작했을때, 현수막제작업체 사장님이 한 말이다. 그 현수막은 간결한 카피와 세련된 폰트를 사용하여 여백을 많이 남겨 작업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 사장님의 말을 듣지 않고 원래 디자인한 현수막을 상가 8층에 걸었다. 결과는 사장님 말대로.
안산에도 프랜차이즈 미술학원이 많이 있는데 나중에 이 미술학원 광고들을 보니 ‘원조’나 ‘수년간 지역 최고’라는 카피와 폰트는 겹겹이 테두리 쳐서 강조되어 있었다. ‘어떻게 미술학원 광고가 보쌈집 광고 디자인과 비슷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지역의 룰과 업종의 룰이 함수처럼 작용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다가 청담동에 나오니 여러가지가 어색하다. 이곳에도 찌라시는 있지만, 정류장 마다 수없이 붙이고 떼어낸 테이프 자국들이 처절히 남아있는 안산과는 다르다. 더 이상의 홍보가 필요가 없을 듯한 갤러리아 백화점의 디자인이 랜드마크가 되어있다. 그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이자 커피샵, 바 등이 혼합된 문화공간인 비하이브는 또 다른 디자인의 경험이었다. 이곳은 절제된 디자인이 가득한 공간이다. 맥캔토시 제품들과 북소사이어티의 책들은 어쩌면 이런 디자인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점심에 동네에서 교습소 전단지를 붙이다가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한 나는 이런 공간에 입성하기전 모종의 변신이 요구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홍보용 디자인에는 분명 업체간의 차이, 지역의 차이, 취향의 차이 등이 있을것이다. 나는 정제된 디자인으로 가득한 미술계에서 생업을 위해 변두리 도시로 이동할 때 역으로 작업을 위해서 다시 도시의 갤러리로 이동할 때, 디자인에 알러지가 난다.
레지던시 기간중 나는 비하이브의 홍보를 맡은 업자가 된다. 그 동안 생업을 위해 갈고 닦은 홍보방식들이 동원될것이다. 물론 그 홍보의 기술은 찌라시 배포와 조악한 사은품 제공이다. 이 홍보방식과 그것에 동반된 디자인들은 고상한 미술의 영역과 생업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두 영역은 서로를 밀어내기도하고 서로 당기기도 한다. 표면적인 디자인 차원에서는 알러지를 일으키며 밀어내지만 살아남기 문제 앞에서 서로 통한다. 홍보업자인 나는 경계선 역할을 하는 디자인을 지우려할 것이고 두 영역을 연결시켜 볼 것이다.

– 백병환